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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 09. 04. 23. 14:02, D. 초기 작성.
- 09. 05. 24. 10:17, D. 카테고리 추가로 수정.

by catty D。 | 2013/12/31 23:43 | cattyD工房 | 트랙백 | 덧글(18)

퍼즐조각 26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11시 34분.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지영희는 전혀 알지 못 했다.
반대로 현철수는 무엇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단 하나의 목적.

만나야 한다.



- 퍼즐조각
26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11시 34분

비가 내렸다.

여인은 장대 같은 비 사이를 마구 달렸다.
기타 케이스가 비에 젖어 아끼는 기타에까지 스며들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달려갈 뿐.

해결책 같은 건 없다.
그래도 여인은 그녀가 그를 말리기만-만나기만 한다면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아 올 거라고 믿었다.
믿지 않으면 안 된다.
믿지 않으면 여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딛고 서있던 발판이 모두 무너질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무너질 것이다.
지금도 여인이 늦으면 늦을수록 내리는 비에 발판이 씻겨 내려가고 있다.

여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장대비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하늘을 올려본다.
여인의 눈엔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다.
그저 어둡고 어두운 밤하늘과 차가운 빗방울.

여인은 선택해야 했다.
자신의 앞을.

그리고 그녀는 선택했다.
그녀의 앞을.

그와 동시에 강한 빗발 사이로 강렬한 빛 두개가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현철수는 그 순간 옅은 아카시아 향기가 그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지영희는 그 순간 누군가의 베이스 기타 음이 낮게 깔리며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퍼즐판을 벗어난 퍼즐조각 두 개가 있었다.
그 두 퍼즐조각은 온전한 그림이 되기 위해 이리 몸을 맞추고, 저리 몸을 돌려봤지만 그 어디에도 맞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퍼즐은 이미 모든 조각을 맞춰 완전한 그림이 되어있었고, 퍼즐판을 벗어난 퍼즐조각 두 개는 사실 퍼즐조각이 아니라 퍼즐을 맞추는 사람 그 자신이었으니.

그러나 자신들을 퍼즐판에서 벗어난 퍼즐조각이라고 꿈에도 의심치 않고 있었던 ‘퍼즐조각 두 사람’은 오늘도 퍼즐판 위를 헤매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퍼즐조각 - 完



4340. 1. 1 04:00 a.m.
written by 백승훈/민승아 with 도리
copyright © 백승훈/민승아 & 2006 Wishwill NET all rights reserved.
Wishwill NET POP Project Team PRESENTS



by catty D。 | 2012/04/13 17:26 | a piece of puzzle | 트랙백 | 덧글(0)

퍼즐조각 25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11시 30분.

 



퍼즐조각(A piece of Puzzle)
Performed Text by Dory with Min Seung-A.
copyright 2006 Wishwill NET all rights reserved.
Wishwill NET POP Project Team PRESENTS.

제 25 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11시 30분.

― 광훈아. 이제야 너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제야 너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나를 지켜봐주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너라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나를 떠나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마지막 곡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후배 녀석들의 등을 다독이며, 나는 즐겁게 외쳤다. ‘뒤풀이다’. 녀석들의 즐거운 표정이 뒤를 잇는다. 갑자기 준비하게 된 공연이지만, 녀석들의 즐거움 덕분이었는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불안했던 요소는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맞춰놓는다고 말을 한 녀석들의 ‘합’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 이게 다 영희 누나 덕분이에요! 」
…한 녀석이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술잔을 밀어주면서 나는 말한다. ‘그건 아니고, 그냥 너희들이 잘한 것뿐이야’. 녀석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이 짧은 한 달 사이에, 나를 곤혹의 구렁텅이로 두 번이나 밀어 넣었던 잔인한 부장도 동석해있다.
「 부장, 뭔가 표정이 어두워요? 」
…상황을 읽지 못하는 동기 녀석 한 놈이 부장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건넨다. 나는 할 수 없었던 것을 저 녀석은 하고 있다. 부장도, 조금은 마음이 복잡하지 않을까.
「 별 일 없어. 그나저나, 지영희. 너도 한 잔 받아라. 」
나는 서둘러 비워지지 않은 내 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쓰다. 쓰디쓴 술잔을 부장 앞으로 내민다. 부장은 초록색 소주병이 아닌, 투명한 플라스틱 물병을 가져와서 물 한 잔을 채운다.
「 뭡니까? 」
「 마지막으로 물맥이려는 거다. 」
나는 그 물 잔을 힘차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부장을 노려보며 한마디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먼저 부장에게서 뒤통수를 맞듯, 말을 들어야했다.
「 고생했다, 지영희. 」
순간 말이 멎는다.
「 그래도 나는 너의 일렉음을 듣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구나. 」

― 미안해요 부장, 그건 아직 안될 것 같아.

「 그래도 영희 누나가 아니었으면 우리끼리 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
「 다 영희 언니가 실력이 좋아서, 우리도 영향을 받은 거죠! 」
「 영희 언니를 위해서 건배 한 번 하자! 」
…부끄럽게 하기는, 자식들.

『 띠리리리릭…! 』
그 때, 전화가 울린다. 이 시간에 올 전화라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평소와 다르게 전화를 신경 쓰고 있었다. …백광훈! 고마워, 통했구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김진수라는 이름이 아니라 백광훈이라는 이름이었을 거야.
「 잠시만 실례할게, 전화좀 받고 올게요. 」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왔다.


머리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그렇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 누나, 미안해요. 」
「 뭐가 미안해. 그리고 너 뭐야, 모습도 왜 안보여. 」
「 누나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게 하는 것을 치워버렸어요. 」
「 무슨 소리야. 너 어디야. 」
「 진수형, 죽여 버렸어요. 」
「 뭐? 」

사랑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죽였다. 죽여 버렸다. 죽였다고 했다.

「 뭐라고? 다시 말해봐. 」
「 누나를, 누나를 죽어가게 만들던 진수형을, 내가 죽였어요. 」
「 너 어디야, 거짓말이지? 거짓말하면 형한테 죽는다? 」
「 거짓말 아니에요…, 누나, 미안해요. 」
「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이 자식아. 너 어디야… 말해,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

이런 식으로 다시 통화하는 건 싫었는데. 아무런 것도 들리지 않는 전화기의 목소리 뒤로, 앰뷸런스인지 경찰차인지의 사이렌이 들리기 시작한다.

「 누나? 」
「 응? 광훈아, 응? 너 왜이래…, 이러지마. 」
「 고마워요. 고마웠어요. 」

어느새 천둥번개만 치던 하늘에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즐거이 부어라 마셔라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밤에, 나는 그 곳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전화기를 든 상태로, 그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 위한 나의 기타를 들고, 뒤풀이 장소를 뛰쳐나와 무조건 달렸다.

「 …너, 죽으려고 하지 마. 」
불안한 기분이 들어 미리 경고한다. 촉박해진 마음은 숨이 가쁘다. 힘들게 잡은 기회를 내일로 놓칠 수는 없다. 잡아야한다. 우산을 쓸 손은 없다. 온 몸이 젖어 감을 느낌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예쁜 옷을 입었는데. 치마를 오랜만에 입어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 미안해요 누나…. 」

「 차라리 사랑한다는 말을 해. 」
길을 건너야 하는데…. 네가 있을 곳은 알겠지만 있는 곳은 모르니 어디라도 뒤져봐야 할 텐데…. 아무도 없는 교차로에 어두컴컴한 밤이 겹쳐있다. 쏴아-하고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너무나도 차갑기만 하다.
「 누나, 나한테 올 거예요? 」
「 응, 지금 가고 있어. 어딘지만 말해주면 바로 갈게. 」
길을 건넌다. 하얀 불빛이 선명하게 보임과 동시에, 커다란 아픔을 느낀다.

…너에게,
너에게 가야하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 퍼즐조각이 맞춰지듯 그렇게 다 맞춰졌었는데…, 그리고 너에게 그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린다.

- 퍼즐조각(A piece of Puzzle), FIN.
20061231.



by catty D。 | 2012/04/11 23:36 | a piece of puzzle | 트랙백 | 덧글(0)

퍼즐조각 24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 퍼즐조각.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었다.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에 따른 가장 원시적인 행위.
고민의 끝이 보일 때까지 고민하고, 붓을 들었을 땐 그림을 그렸다.
창작이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고상한 행위.
나머지는 잊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망각을 통한 무의식적 자기방어행위.
공존할 수 없는 이 세 가지 행위가 맞물려 드디어,

그림이 완성됐다.



- 퍼즐조각
24화 : 5월 29일 화요일 밤 - 퍼즐조각

마지막으로 눈을 붙인 건 내 기억이 끊이지 않았다는 가정에서 라면 아마 37시간쯤 전.
그러나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적 고양감이 끊임없이 날 자극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먹은 건 내 기억이 끊이지 않았다는 가정에서 라면 아마 18시간쯤 전.
그러나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심리적 포만감이 온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음색.
어느 공연에서 듣게 된 그 일렉트릭 기타의 음색.

풍경.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그날의 풍경.

고통.
잊으려 할수록 더 부각되는 그녀의 말.


시간은 밤이다.
밤하늘에 달은 떠있지 않지만 드문드문 별이 박혀있다.
아니, 별이 아닐지 모른다. 밤바람에 날리는 아카시아 꽃잎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밤이지만 주위는 무척 밝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
무수한 하얀 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그리고 꽃이 핀 아카시아 나무 밑에는 작은 퍼즐조각이 하나 떨어져있다.
어디의 무슨 조각인지 알 수 없는 작은 퍼즐조각.

짙은 밤, 하얀 꽃, 작은 조각.

뭐가 어느 것에 대입된다고 할 수 없는 그것들이 바로,

현철수의 그림.


황급히 그림을 들고 집을 나왔다.
이 그림을 전해줘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 - 선아 - 아양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째서 보여줘야 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일부러 대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 나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이다.
그래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화는 마르는 게 매우 늦다. 그래도 지체할 수는 없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6호 P캔버스 위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옆 좌석에 두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아양의 집.
부디 아양이 집에 있기를 간절히 빌며 그렇게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철수 오빠. 오빠는 말이죠, 풍경화보다는 인물화 쪽을 더 잘 그리는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내가 봤을 때.」
조용히 철수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던 선아가 조심스레 끼어들며 말한다. 그에 철수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멈췄던 붓을 다시 움직이며 대답한다.
「아양, 아니 선아야. 나는 말이야, 풍경화를 그리지만 사실 풍경만을 그리는 게 아니야.」
「에?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선아.
그 모습에 철수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리는 풍경엔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숨쉬고 있어. 저번에 그린 어느 산의 풍경에도, 또 그전에 그린 강을 가로지는 다리 위 그림에 모두 선아 네가 캔버스 밖을 향해 밝게 웃고 있어.
단지, 내가 그리지 않을 뿐이야.」
지금 철수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파란 하늘. 구름밖에 떠있지 않은 파란 하늘.
「피이, 그게 뭐예요. 결국 그리지 않는 다는 거뿐이잖아요. 그리고 이 그림 보세요. 이런 하늘뿐인 그림에 제가 어떻게 서 있을 수가 있어요? 오빠도 참 이상한 소리만 한다니깐.」
선아가 핀잔을 주자 철수는 멋쩍은 듯 아하하 웃었다.

그래도 선아는 철수가 그리고 있는 그 푸른 하늘이 어딘가 자신의 미소와 닮은 기분이 들었다.


4339. 12. 29. 04:16 a.m.
written by 백승훈/민승아 with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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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tty D。 | 2012/04/10 23:26 | a piece of puzzle | 트랙백 | 덧글(0)

퍼즐조각 23화 : 5월 29일, 밤.

 



퍼즐조각(A piece of Puzzle)
Performed Text by Dory with Min Seu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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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will NET POP Project Team PRESENTS.

제 23 화 : 5월 29일, 밤.

― 해가 지는 것이 조금씩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저녁의 노을은 더욱더 예쁘게 변해가는 것만 같다. 오렌지색으로 물들던 하늘은 조금씩 붉은 빛으로 변하고, 색의 변화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라색으로 차츰 저물어간다. 그렇게 밤이 오고나면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러가버린 후다. 그래도 아직은 여름이 아니기에, 봄이 끝나가는 따스함이 끝난 밤에는 긴소매의 옷이 필요한 계절이다. 하늘의 먹구름이 느껴지고, 공연이 거의 막바지에 이를 무렵부터 어쩐지 비가 올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금방이라도 ‘구르릉’소리를 내며 천둥번개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너무나도 잘 맞는 날은 아마 이 날뿐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 비는 아직 내리지 않지만 천둥소리만이 간간히 들려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더욱더 험하게 만들었다. 공연은 밴드 세 팀이 각각 40분여를 돌아가면서 진행되었다. 중간에 스페셜 게스트로 밴드공연문화를 좋아한다는 소개로 등장한 너무나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음색은,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진심이 담겨있는 그의 손끝. 그 손끝이 닿는 건반이 누르는 현의 울림. 그 울림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 같았다. 음악의 힘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마력이 있다는, 그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 우리는 마지막이었다. 사실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 제비뽑기는 공연 직전에 이뤄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가 이런 식으로 정해질 줄은. 하지만 우리는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무런 부담 없이 봤어도 괜찮았을 공연이었다.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 부재중 전화가 여러통.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나도 긴장해버려서 전화를 받아버리면 이 타들어갈 것 같은 긴장감이 끊어질 것만 같아서. 단지 그런 이유였다. 그런 내게는 생각이 정말 많아 졌다. 과거를 곱씹고, 이제야 현재의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바보 같았구나, 나는.

――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실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그 사람의 전화는 나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내가 이상한 컬러링이라고 불평을 쏘아대던 그 컬러링도 준비되어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그는 나를 떠날 준비를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그 날 내가 말했던 폭언이나 다름없었던 그 한마디는 너무나도 잘 한 한마디였다는 자위를 하게 될 무렵, 너무나도 냉정하게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그로부터 먼저 헤어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가 나의 곁을 떠나려고 하던 무렵부터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이미 나는 알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향기가, 익숙하지 않은 색깔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가 그 날의 그에게서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나에게 해준 맛있는 음식도, 나를 향한 불평 가득한 한마디 한마디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들이었던 것이었다. 분명히 그랬으리라,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현실과 별 다름이 없었음도 확인했다. 나의 추측이 결론을 낳고, 그 결론이 현실이 되어있었을 때 나의 상실감은 너무나도 커져있었다.

―― 전혀 봐주지 않는 게임이었다. 먹고 있는 밥풀이 입가에 묻어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항상 너는 내 곁에 있었던 것 같았어. 그래서 죽어가던 밤도 너에게 맡길 수 있었던 것이었어. 거짓으로 가득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에도 너는 그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아주었지. 나에게 있어서 너는 내 전부가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에게 있어서 내가 전부였던 것만 같다. 네가 나를 부르던 호칭이 바뀌던 그 날 밤의 실수는, 내 실수는, 일부러라도 다 지워버리고 싶지 않을 만큼의 욕심이 아직도 남아있어. 지우개로 말끔하게 지워버리려고 한다면 그냥 지우개는 모자라서, 커다랗고 아주 커다란 그런 지우개가 필요할 것만 같다고.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네 눈물 속에 들어있는 진한 진실을 나는 알고 있었어. 하지만 외면했어. 그래서 그 날 밤에 나는 죽어버렸지.

「 미안해. 」

너를 향한 조그마한 속삭임이 나에게는 커다란 외침으로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어. 솔직히 이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을 마음은 아니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솔직히 말해 너에게 나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인 것 같아. 그래서 어울리지 않아. 아니, 내가 너에게 어울릴 수 있는 힘이 없구나.

「 그래도 나는 누나가 좋은가봐요. 진심으로. 」
「 알아. 」

변함없이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는 너에게 있어서 나는, 너무나도 너를 차갑게만 살갑게만 그렇게만 대해주고 있었던 걸까. 미친년. 나는 두 마음을 제대로 정하지도 못한 바보 같은 사람이야.

그런데 왜 날 떠나간 거니-?


「 지영희, 이제 마지막이다. 」
생각을 잠시 멈추고 현실로 돌아왔다. 일을 내팽개치길 너무나도 좋아하는 부장이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때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부장을 보지 않은 채로, 무대를 응시하고 그렇게 단조롭게 말했다.
「 역시 전 큰 그릇이 못되는 것 같아요. 」
부장이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반문도 없다. 그 반문이 있어야할 공백을 뛰어넘은 나는 말을 이어갔다.
「 경험부족이기 이전에, 경험을 쌓을 도량이 작아요. 」
「 야, 지영…. 」
부장의 말을 끊으려 나는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부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했다. 나의 말은, 뒤로 깔리는 천둥소리라는 멋진 음향과 함께 더욱더 빛이 났다.
「 좀 더 감정적인 음악을 해야겠어요. 」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마음이 흔들린 누군가는 그 음악을 인상에 남겨놓게 될 것이다. 최근의 나에게 인상이 남는 흔들림이 있다면 부장이 소개시켜준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일 것이다. 분명히 그 협연의 리허설은 너무나도 엄격하게 진행되어, 그 사람의 주도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나의 경험치가 모두다 빨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된 것을 들어보니 확실히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음악이다. 아직 나에게 있어서, 그런 그릇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부장은 언젠가의 나에게 말했었다. 내 기타연주에 빨려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것은 내 기타음색이 달콤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듣기에는 달콤하지 않고 공격적이기만 한 일렉트릭 기타 음이, 누군가에게는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게 되었다. 그러자, 내가 만든 음악의 모양새가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의 흔들림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그도 그 나름 괜찮음 그 이상이라 생각하고야 말았다.

― 우리의 연주는, 그렇게 나의 생각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후배 녀석들과 환호를 지르고 싶어졌지만, 꾸욱 참아내었다. 그리고 참아내는 내 곁에서 부장은 한마디 말을 던져주고 사라졌다.
「 한참을 엉성해 보이기만 했었던 저 녀석들을 저렇게 만든 것은, 네 그릇의 영향이야. 」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럴까?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기타소리와 멀어지고 말았다. 완성되어 보이는 저 음색에는 그녀석의 팔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팔에서 나오는 음색은, 이제 생각해보면 나를 향한 음이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끝났다. 부재중전화를 향한 응답을 시작하자.

백광훈.
백광훈.
백광훈.
백광훈.
백광훈….

예상대로 ‘진수’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계속 울리던 핸드폰의 부재전화목록에 백광훈 그 녀석의 이름이 올라와있다. 다섯 번. 다섯 번씩이나 전화를 건 이유는 뭐지? 나보다 세살 어린 스물 하나의 열혈청년 백광훈이, 이제야 전화를 건 이유가 뭘까. 나를 떠난다며 흔적조차 완전히 없애버린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뭘까…. 어찌되었던 상관없어. 내 일렉기타 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제발, 한번 다시 전화를 걸어줘.

― 저 그림을 그렸던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것일까. 쓸쓸하면서도 차갑지만,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같은 골목 그림. 비가 내리는 봄날에 몸을 데워주는 따뜻한 커피처럼 포근한 느낌이 나던 그 그림 속에서 나는, 어째서인지 나와 같은 향기를 느껴 그 곳을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것일까?


『 띠리리리릭…! 』

백광훈.
…고마워, …구나.

To be continued…!!!

20061229.



by catty D。 | 2012/04/05 01:41 | a piece of puzzl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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