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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the Labyrinth).retakeversion.025.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누구였는지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유명한 배우가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타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연을 예찬한 어느 서정시인의 시에도 등장한 아름답다는 단어가 기억난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이름이 다섯 글자나 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도 기억난다.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의 이름도 생각난다. 아름다움. 이 네 음절의 단어는 내게 정말 많은 것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단어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너무 하얗고 예뻐서 아름답고, 가무는 봄날 세차게 내리는 비는 그 모습 자체로도 아름답고, 비가 개고 난 뒷동산의 무지개 역시 아름답다. 세상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기에 아름답다.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TV를 켠다.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뉴스를 본다. 뉴스가 재미없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더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몰랐죠. 그 녀석이 그런 일을 저지를 줄 알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싫어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게.」
「지금도 친구들은 그놈이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요?」
「치가 떨리네요.」
무슨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지 모르겠지만, 희뿌옇게 얼굴을 가리고 음성변조를 한 인터뷰가 몇 차례 이어졌다. 침대 위에 한쪽 볼을 베갯잇에 처박고는 흔들리는 초점을 일부러라도 맞추며 화면을 응시했다.
「뉴스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는데, 주변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아,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
「한동안 활동이 뜸했으니까요.」
「여친 분이 애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취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C씨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취재팀은 어렵게 피해자의 주민등록등본을 입수하게 되었고, 그 내용을 통해 올해 세 살의 아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호적에 올려두고 있던, 아버지가 불분명한 아이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손 기자, 이번 사건이 이렇게 문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제길….”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나온 한마디였다.
「아무래도 사건의 잔혹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24시간여 비공개수사를 통해 C씨를 추적하던 중 인천해양경찰청의 수색을 통하여 C씨로 추정되는 시신의 일부가 들어있는 슈트케이스를 발견하고 확인한 결과 C씨인 것으로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슈트케이스 안에는 C씨의 시체가 토막 나 있는 상태로 들어있어, 잔혹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기 정보제공자의 제보가 현재 수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제보에 의하면 C씨와 C씨를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H씨가 큰 다툼을 했고, 그 다툼이 원인으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또한 발견되지 않은 시신의 일부가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기에 온 힘을 다해 시신의 일부를 수거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정보제공자가….”
어이가 없었다. 10년 지기 친구를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녀석은 이런 짓을 할 녀석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의 희생양처럼 이끌려 다니는 모습이 비참하기만 한 것이다. 오지 않을 잠을 억지로라도 자야 현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부쳐야만 한다. 어렵게 눈이 감기는가. 감기지 않는다.

「드르르륵…」


- 계속.



미로(the Labyrinth) retake version.
original story by Dory, "the Labyrinth" copyrights 2005-2009 Wishwill NET all rights reserved.
arranged rights 2008-2009 by catty D.




by catty D。 | 2009/10/27 12:39 | the labyrinth rv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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